별이 뜬다 - 리광수

발표시간:2010년11월30일 14:40

   나오는 사람


           성애   모 시골학교 소학생
           성남   성애의 남동생
           학범   성애의 아버지
           영숙   성애의 어머니
           희철   모 현성 사진사
           최란   희철의 안해
           김화  성애의 반주임

                 제 1  장


개시곡:      별이 뜬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뜬다
        어둠을 몰아내며  별이 뜬다
        은은한 빛으로 앞길을 밝혀주고
        훈훈한 열기로 언 가슴 녹여준다
        별이 뜬다 별이  뜬다
        희망의 별이 뜬다

때: 겨울
곳: 시골 성애네 집
무대: 3분의 1이 뜨락으로 되어있고 3분의 2가 집안으로 되어있다. 뜨락에는 결어놓은 배광주리와 싸리나무단이 쌓여져있다.
[막이 오르면 성남 밖에서 손을 호호 불며 눈덩이를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학범 집안에서 배광주리를 틀고 있는데 앞을 보지 못한다.
[바람소리 들려온다.
[학범 배광주리를 틀다말고 밖의 바람소리에 귀를 강군다.
학범: 또 눈보라가 몰아치는 모양인데 싸리나무 하러 산에 간 성애 엄마는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을가?
[학범 일어나 밖으로 나가다가 걸채에 걸려 넘어진다.
학범: 젠장! 멀쩡하던 내 눈이 왜 하루새에 꺼버덕 봉사가 돼버린단 말인가?
[학범 더듬더듬 문가에 가서 밖을 내다보며 눈보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학범: 펄펄 뛰던 사내는 구들에 올방자를 틀고 앉아 녀편네들처럼 배광주리나 틀고 광주리 틀던 마누라는 낫 들고 산에 가 사내들처럼 나무를 하니 정말 기가 콱콱 막히는 노릇이지... 이건 도대체 무슨 징벌이란 말인가? 내 이 눈이 볼수만 있다면 저 마누라 저런 고생을 시키지 않을텐데...
[학범 실망을 하며 돌아서서 더듬더듬 되돌아가 앉아 배광주리를 튼다.
[성남 눈사람의 대가리에 눈알이며 코를 박아넣고 손벽을 치며 좋아한다.
성남: 뚱뚱보야 뚱뚱보 하얀 뚱뚱보
      먹지않고 살아도 하얀 뚱뚱보
      맥주배가 나왔나 심술배가 나왔나
      겨울에만 왔다가는 하얀 뚱뚱보
[성남 주먹으로 눈사람의 배를 마구 친다
성남: 뚱뚱보...뚱뚱보...이 뚱뚱보야 배 못 들어가니? 뚱뚱보야...
[이때 성애 손에 성적표와 상장을 들고 들어온다.
성애: 성남아, 너 거기서 뭘 하니?
성남: 누나! 내 이 배뚱보 배 좀 꺼지라고 배에다 권투를 하오. 누나 그 손에거는 뭐요? 내 보기요.
성애: 네가 보면 아니? 누나 알려줄게! 이건 최우등생 성적표, 이건 3호학생 증서!
성남: 누나 또 3호학생 최우등생 다 됐소? 야, 우리 누나 일등이요. 일등! 빨리 들어가서 아버지한테 알리기요. 빨리...
[성남이와 성애 집안으로 달려들어간다.
[성남이는 3호학생증서를 성애는 최우등생 성적표를 동시에 내민다.
성남: 아버지 이게 뭡니까?
성애: 아버지 이게 뭡니까?
학범: 이건...무슨 종이장이고 이건...무슨 책뚜껑 같구나...
성남: 아닙니다. 아닙니다. 내가 쥔건 누나의 3호학생증서고 누나가 쥔건 누나의 최우등생 성적푭니다.
학범: 그렇니? 우리 성애 공부 잘 했구나. 오늘 이 아버지가 한턱 내야겠다.
성남: 아버지, 아버지 그때그때 누나 최우등하면 춤 추겠다고 하디 않았습니까? 지금 춤 추시오.
학범: 그래 그래! 아버지 춤을 추자!
[학범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학범: 얼씨구나 좋다 절씨구나 좋아
     우리 딸이 최우등에 삼호학생 되었다
     얼씨구나 좋다 절씨구나 좋아...
[학범 비칠대다가 넘어진다.
성애: 아버지, 왜 그럽니까?
성남: 아버지...
[세찬 바람소리.
[멀리서 다급한 소리 들려온다. “ 성애아버지, 큰 일 났습니다, 성애아버지...
[김화 엎어질 듯 달려와 문을 열자 희철이 영숙이를 엎고 급히 들어온다.
성남, 성애: 어머니...어머니...
학범: 이게 웬 일이요? 이게 웬 일인가 말이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그새 김화와 희철 영숙이를 내려서 눕혀놓는다.
희철: 저는 현성에 사진관을 차려놓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삽니다. 그런데 짬만 있으면 야외에 나가서 산수풍경을 찍기 좋아합니다. 오늘도 짬이 좀 있기에 사진기를 메고 절경을 찾아 산비탈을 톺아가는데 나무단을 지고 오던 이 아주머니가 마구 굴러내려오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업고 내려오다가 마침 저 선생님을 만나서...
김화: 이 분이 아니였더면 정말 큰 일 날번 했습니다.
이 세찬 눈보라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더라면 어쩔번 했습니까? 정말 크게 감사 드려야 합니다.
학범: 은인이요 은인! 여보시오 은인! 저의 절을 받으십시오...
[모두들 돌아보는데 희철이 오간데 없다.
김화: 성애아버지. 그 분이 어디 갔습니다.
학범: 뭐라오? 빨리 찾아보오, 빨리...여보시오 은인...좀 서시오...

                       막   간


[학범 맹랑해서 나온다.
학범: 눈 우에 서리 내리고 엎친데 덮친다더니 내가 눈이 먼 것만도 기 막힌 일인데 마누라마저 다리를 못 쓴다니...온 집식구 뭘 먹고 살며 아들딸은 뭘로 공부시킨단 말인가...전생에 내가 무슨 고약한 죄를 지었다고 운명은 한사코 나를 이렇게 못 살게 구는건가? 하느님, 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성애 나무하러 가는 차비새로 나온다.
성애: 아버지, 날씨가 매짠데 왜 밖에 나와서 서계십니까? 빨리 집으로 들어가시오.
학범: 응, 난 괜찮은데...넌 어디로 가니?
성애: (낫이며 바줄을 뒤로 감추며) 네...친구 집에 놀러 갑니다.
[이때 성남 달려온다.
성남: 아닙니다. 아버지, 지금 누나 싸리나무 하러 산에 갑니다.
학범: 뭐라구? 성애 네가 싸리나무 하러...안된다. 네 엄마도 나 대신 싸리나무 하러 갔다가 잘 못 됐는데 너까지 잘 못 되면 절대로 안된다. 가지 말아라. 절대 가지 말아라...
[학범 낫과 바줄을 뺏으려고 성애를 쫓아다니나 잡을 수가 없다.
성애: 아버지, 너무 속태우지 마십시오. 나도 인젠 어린애가 아닙니다. 내가 안하면 우린 어떻게 살아갑니까? 오늘부터 제가 앞 못 보시는 아버지의 눈이 되고 걷지 못 하시는 어머니의 다리가 되어 이 집을 떠메고 갑니다. 아버지, 근심하지 마십시오. 성남아, 빨리 아버지 모시고 집에 들어가라. 어서!
[성애 결연히 달려나간다.
[아우성치는 눈보라...
성남: 누나...누나야...
학범: 성남아! (학범 성남이를 꼭 끌어안는다.)






                    제  2  장


무대: 전장과 같다.
[막이 열리면 영숙이와 학범이 배광주리를 틀고 있다.
[ 밖에서 바람소리 세차게 들려온다.
학범: 오늘따라 바람은 왜 이렇게 미친것처럼 불어댄다오?
영숙: 글쎄 말이꼬마! 성애 추워서 살겠습니까? 내 이 다리만 성해도 나가보겠꾸만은...에그, 이 부실한 다리야...
학범: 그럼 내 나가 볼가? 내 다리는 성한게!
영숙: 당신 다리는 성해도 어떻게 봄둥? 그 눈...
학범: 정말...내 이 눈알을 뽑아서 개나 줄가? 보지도 못 하는 눈...
영숙: 어째 또 이램둥? 당신 조용히 앉아서 광주리나 엮읍소. 내 성애 오기전에 저녁이나 빨리 해놔야 되겠으꼬마.
[학범 다시 배광주리를 틀고 영숙 앉은걸음으로 식장께로 다가간다. 식장우의 이남박을 꺼내려하나 키가 닿이지 않는다. 영숙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다가 모질게 쓰러진다.
학범: 무슨 소리요? 당신 넘어졌소?
영숙: 아니꼬마! 무슨 걸음마 떼는 어린애라고 넘어지겠슴둥?
[영숙 싸리나무 몇가치를 모아쥐고 이남박을 떨궈뜨린다. 떨어진 이남박을 급히 끌어안는 영숙.
학범: 여보, 뭐가 깨졌소?
영숙: 아니꼬마. 바가지 떨어진게 그런 소리 나꼬마.
학범: 그렇소? 여보, 성애 오기전에 밥이라도 먼저 해놓는게 어떻소?
영숙: 네! 그러잖아도 지금 쌀을 이는 중이꼬마.
학범: 우리 성애 애비를 잘 못 만나 고생이지? 한창 공부할 나이에 공부도 못 하고...그게 학습성적이나 차하면 몰라...반급에서 계속 일이등을 다투던게 저렇게 싸리나무단이나 메고 다니니...말은 안해도 그 속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겠소?
영숙: 또 어째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다 함둥? 그런 말 하지 말래기라고 안 했슴둥? 나는 그게 울었으면 차라리 속이 풀리겠더구만 그냥 웃으면서 오히려 우리를 달래려고 드리 나는 그 웃는게 더구나 가슴 아프더란 말이꼬마. 성애 그 웃음이 어떤 웃음임둥? 성애 웃는것만 보면 난 눈물이 나서...흑흑흑...
학범:됐소. 내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우리 이런 말을 하지 말래기...어제는 성애 저기 구새옆에 서서 학교 가는 애들을 바라보며 “잘 가라응?” 하고 소리칠 때 내 이 가슴에 주먹같은 피덩지 꾹 하고 메더란 말이요...(눈물을 훔친다.)
영숙: 어째 이럼둥? 그런 말 하지 말래기라 하구서는...
학범: 이 보지도 못하는 머저리 눈이 눈물은 또 쩍 하면 잘 나오오...우리 다른 말 하기요. 밥이 되오?
영숙: 이제 방금 앉혔스꼬마.
[성애 나무단을 지고 들어온다.
[성애 나무단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풀렁 물앉는다.
[바람소리 세차다.
[성애 품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성남 달려들어온다.
[성남 성애를 보지 못 하고 고추 집으로 들어간다.
성남: 어머니, 돈 주시오.
영숙: 돈이라니? 돈 해 뭘 하니?
성남: 타래떡장사 왔는데 애들이 다 사먹습니다. 빨리...
영숙: 인젠 밥이 다 됐다. 빨리 올라와 밥이나 먹어라. 내 인차 밥 차려줄게!
성남: 누가 밥 먹겠답니까? 타래떡 사먹겠단데...빨리 돈 주시오, 돈...
학범: 돈이 어디 있니? 돈이?
성남: 어째 없습니까? 어머니 약 사먹는 돈 없습니까? 그 돈 주시오.
학범: 됐다. 없다는데 왜 이러니?
[학범 성남을 때리나 손이 헛나간다. 그랬음에도 성남 악성으로 울어번진다.
[성애 성남의 울음소리를 듣고 책을 품에 넣고 집으로 들어간다.
학범: 듣기 싫다. 못 그치니? 맞지도 않았는데 왜 우니?
성남: 그잘난 타래떡 사달라는데 아버지 왜 때립니까? 왜 때립니까? 왜 때립니까?
성애: 성남아, 나가자. 누나 사줄게! 가자!
[성애 뜨락에 나와 성남이를 닦아세운다.
성애: 너 왜 그렇게 철이 없니? 지금 우리 집에 누가 벌어서 돈이 있니? 이제 누나 돈 많이 벌면 사줄게응? 가만, 아버지 듣겠다. 저기 가자...
[성애 성남이를 데리고 나간다.
영옥: 당신도 참, 다른 집 애들이 다 사먹는걸 사주지 못할망정 때리기는 왜 때림둥?
학범: 내 어디 때렸소? 때린다는게 못 때렸지. 그런데 부스럭 돈 좀 없소?
[영숙 호주머니를 여기저기 들추어 부스럭 돈을 모아본다.
영숙: 타래떡 하나 살 돈은 되겠으꼬마.
학범: 그럼 빨리 성남이를 불러오오.
[이때 성애와 성남이 웃으며 들어온다.
영숙: 면바로 잘 왔구나. 엤다. 이 돈 가지고 가서 타래떡 사먹어라.
성남: 싫습니다. 누나 돈 줘서 벌써 사먹었습니다.
영숙: 뭐라구? 정말이니?
성남: 정말입니다. 이 입 보시오. 그리고 이 배...얼마나 뚱뚱합니까?
영숙: 응...뚱뚱하다. 입도 번지르르하고...자식...
[영숙 돌아서 눈굽을 찍는다.
학범: 여보, 걔 말이 정말이요?
영숙; 네. 정말입니다. 성남아...
[영숙 성남이를 끌어안는다.
영숙: 성남아, 이제 어머니 다리가 다 나으면 돈 많이 벌어서 성남이 먹고 싶다는걸 다 사줄게응?
[이때 김화 들어온다.
김화: 성애아버지, 성애어머니...
성애: 김선생님...
학범: 김선생님 왔소? 빨리 모셔들리오. 어서 올라오오.
김화: 기뻐하십시오. 성애도 래일부터는 학교로 다닗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화 송금봉투를 영숙에게 내준다.
김화: 귀인이 나져서 성애의 공부를 후원해 주겠답니다. 이 편지를 보십시오.
[영숙 편지를 읽는다.     
영숙: 성애학생, 저그마한 가정생활용돈과 성애학생의 학습용돈을 부쳐보내니 공부를 잘 하기 바랍니다. 송금인: 희망
[집중광이 비치는 곳에 희철이 나타난다.
희철: 배움은 힘이요 지식은 밑천이다. 달달이 돈 이백원씩 부쳐보내 줄테니 돈 근심 하지말고 공부를 잘 하거라. 장차 커서 나라에 유용한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바란다. 희망!
[성애 송금봉투를 들고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앉는다.
성애: 희망아저씨, 감사합니다.
일동: 감사합니다. 희망아저씨, 희망아저씨...
방창: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뜬다
         어둠을 몰아내며 별이 뜬다
         은은한 빛으로 앞길을 밝혀주고
         훈훈한 열기로 언 가슴 녹여주네
         별이 뜬다 별이 뜬다
         희망의 별이 뜬다


                      제  3  장


[ 때: 여름
[ 곳: 모 현성 사진관앞
[ 무대: 3분의 2가 집안으로 되어있고 3분의 1이 밖이다. 적당한 곳에 사진관 간판이 걸려있다. 집안 한쪽에는 “암실”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막이 열리면 희철 허리를 짚고 겨우 걸어나온다.
희철: 병이라는게 눈섭에서 떨어진다더니 생각지도 않던 허리병에 옴짝달싹을 못 하는 잔페가 됐으니...아가가...치료비에 뭉치돈이 뭉청뭉청 들어가니 성애한테 보내줄 돈도 문제가 생기는게 아닌가? 그나저나 성애는 공부를 잘 하는지..한번 가보고 싶지만 이 허리 다리 때문에 가볼수가 있어야지...아-가가...
[희철 허리를 짚고 신음하는데 최란 들어온다.
최란: 왜 그럽니까? 또 통세납니까? 내 봅시다.
[최란 희철의 허리를 도닥도닥 두드려준다.
최란: 좀 시원합니까?
희철: 양! 성애한테는 돈을 부쳤소?
최란: 아직...
희철: 아직이라니? 아직도 안 부쳤단 말이요? 그래 지금은 어디 갔다오는 길이요?
최란: 당신 약 사러 갔다오는 길입니다.
희철: 뭐라오? 지금 당장 가서 부치고 오오.
[희철 최란의 손을 뿌리친다.
최란: 여보시오? 달달이 부쳐보낸 돈이 인제는 이천원이 다 됩니다. 언제까지 그냥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부쳐야 됩니까?
희철: 성애 대학교 갈 때까지라고 내 말하지 않았소?
최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성애 우리 딸입니까? 우리 친척입니까? 우리가 왜 그 애를 위해서 그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까? 왜? 왜? 왜...
희철: 왜? 왜? 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왜? 됐소?
최란: 돈을 써도 똑똑하게 씁시다. 그 집에서 지금 그 돈을 누가 주는지나 압니까? 희망.희망...희망이 누군지 그 집에서 어떻게 압니까?
희철: 알지 말라는게요. 몰라도 일없다는게요. 모르는게 아는것보다 더 낫다는게요.
최란: 무슨 공개 못할 사연이 있습니까? 성애가 혹시 당신 작품이 아닙...
[희철이 손이 어느새 최란의 뺨을 갈긴다.
[희철 그리고는 허리가 아파 신음한다.
희철: 당신...당신 그것도 말이라고 함부로 내번지오? 내가 내 작품이 돼서 이런 일을 하는가? 바야흐로 피여나려던 여린 꽃송이...망울진 꽃송이가 피기도 전에 모진 서리와 비바람에 쓰러져 갈 때 젖어드는 내 가습을 뚜드리면서  내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요... 성애의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고 성애의 어머니는 하신을 쓰지 못하오. 그래서 나어린 성애가 어른이 되어 우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동생을 돌보면서 살아가고 있소. 이럴 때에 우리가 조금만 아껴쓰면서 사랑의 손길을 뻩쳐준다면 어린 성애도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학교로 갈 수 있지않소? 그래서 하는 일인데 뭐라구? 내 작품이 돼서...당신 그게 인간의 입으로서 번질수 있는 말이요?
최란: 됐습니다. 그 말 한마디를 가지고 걸고 들 작정입니까? 시끄럽습니다. 부치겠으면 부치고 마음대로 하시오. ( 밖으로 나간다.)
[희철 어이가 없어 머리를 가로 젖다가 편지지를 꺼내여 편지를 쓴다.
희철: 성애야, 공부 잘 하니? 부모님들 여전하고? 보고 싶구나. 네가 책가방 메고 학교로 가는 모습 진정 보고 싶다. 이 허리만 아니라면 당장 달려가 보고 싶지만...이런 말은 쓰지 말아야지...어린 성애한테 불필요한 말은 절대 쓰지 말아야 하고 말고...
[이때 성애 학범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성애의 손에 생화바구니가 들려있다.
성애: 아버지, 여기 또 사진관이 있습니다.
학범: 이게 몇번째니? 사진관을 벌써 몇 집이나 돌아봤니? 네댓집 되지?
성애: 아버지, 이번에 틀림없을 겁니다. 인젠 이 집밖에 다른 사진관이 없답니다.
학범: 그랬으면 좋겠는데...그럼 들어가 보자! 그런데 너 그 은인을 보면 꼭 알아볼수 있지응?
성애: 네! 그날 어머니를 업고 왔을 때 똑똑히 봤습니다. 거리에서 봐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학범: 그럼 들어가 보자.
성애: 계십니까?
[희철 방금 편지를 다 쓰고 일어나다가 소리를 듣고 나온다.
희철: 누구십니까? 들어오시오.
[희철이와 성애 서로 한참 말없이 마주본다.
성애: 아버지, 찾았습니다. 그 아저씨 맞습니다. 아저씨!
희철: 누구...
성애: 성애라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를 구해주신 은인 맞지요? 절 알만합니까?
희철: 성애? 알만하다. 성애...그런데 어떻게 여길 알고 찾아왔니?
성애: 은인은 하늘 한끝에 간대도 찾을 수 있습니다.
희철: 은인은 무슨 은인? 빨리 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오너라. 어서...어서 들어오십시오.
[성애 학범을 모시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희철: 아주머니 지금 어떻습니까? 그냥 일어나지 못 하시지요?
학범: 그날 은인을 만나지 못했더면 그 사람 언녕 하늘 나라로 갔을겁니다. 다행이 귀인을 만나서 오늘 이때까지 무사합니다. 이 은혜 뼈를 갈아 갚아도 다 못 갚겠는데 이처럼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성애야. 그 꽃바구니 어디 있니?
성애: 여기 있습니다.
[성애 꽃바구니를 학범에게 준다.
학범: 생각같아서는 소라도 잡아서 메고 와야겠는데 아시다 싶이 우리 부부 둘 다 잔페가 되다보니 마음은 있어도 손은 비여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던중 이렇게 생화바구니를 엮어왔는데 그저 우리 성의로 받아주십시오.
희철: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생화가 웃어주는 어여쁜 꽃바구니... 이건 천금보다 귀중한 선물입니다. 천금 주고 마음은 살 수 없지만 마음 주면 천금을 살 수 있다지 않습니까? 천금보다 더 무겁게 이 선물을 받겠습니다.
학범: 약소한 선물을 무겁게 받아주어서 감사합니다.
희철: 약소하다는게 무슨 말씀입니까? 여직껏 내가 받은 모든 선물 가운데서 가장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잠간만 실례합시다. (꽃바구니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성애 집안을 둘러보다가 어망결에 편지를 보게 된다.
성애: 성애야? (두루 보다가) 희망? 희망! 희망아저씨! (희철이 들어간 방앞에 가서) 희망아저씨!
학범: 성애야, 너 지금 뭐라고 하니?
성애: 아버지. 희망아저씨...희망아저씨를 찾았습니다.
학범: 뭐라구? 너한테 돈을 보내주는 그 희망아저씨를 찾았다구?
성애: 네! 우리 어머니를 구해준 그 은인아저씨가 바로 희망아저씨랍니다.
학범: 너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게 아니니? 네 어머니를 구해준 그 은인이 네한테 돈을 보내주는 그 희망아저씨라구? 그럼 그게 한사람이란 말이니?
성애: 네! 아버지. 여기에 저한테 보내려고 쓴 편지가 있습니다. 틀림 없습니다.
학범: 세상에...세상에 이런 고마운 분도 있단 말이니?
[이때 희철 잔에 커피를 타 들고 들어온다.
희철: 자. 시원히 커피를 드십시오. 성애야., 너도 커피나 한잔 마셔라!
[성애 커피잔을 든채 희철이만 쳐다본다.
희철: 성애야, 너 뭘 그렇게 쳐다보니? 내 얼굴에 뭐가 묻었니?
[성애 머리를 가로 젖는다.
희철: 그런데 왜 그렇게 찬찬히 보니?
[성애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희철: 너 우는게 아니니?
[성애 끝내 흐느껴 운다.
희철: 성애야, 너 왜 우니? 왜 이러니? 응? 왜 이러니?
성애: 희망아저씨...희망아저씨...
[성애 희철의 품에 와락 안기며 엉엉 운다.
학범: 희망아우...희망아우...
[학범 손을 허우적이며 희철의 손을 잡는다.
학범: 희망아우, 내 큰 절을 받소!
[학범 희철의 손을 쥐고 풀썩 꿇어앉는다.
희철: 안됩니다. 안됩니다. 일어나시오. 으악...
[희철 허리가 아파 쓰러지려 한다.
[최란 들어오다가 달려가 희철을 붙잡는다.
최란: 여보시오...
학범: 희망아우...
성애: 희망아저씨...
[조형속에 암전.


                   제  4  장


[ 때: 여름
[ 곳: 산속
[무대: 바위, 나무, 풀, 개천...
[막이 열리면 성애 한손에 자루를 들고 한손에 몽둥이를 들고 나온다. 
[학범의 화외음이 울린다.
학범: 성애야, 희망아우의 허리병이 심하더구나. 어디서 뱀의 열 백개만 얻었으면 그 허리병을 철저히 근치할 수 있겠는데 에익...내 이 눈만 성했으면 백마리 아니라 천마리라도...
성애: 아버지, 근심하지 마십시오. 내 이 성애가 아버지 대신 뱀의 열 백개를 얻어서 꼭 희망아저씨의 허리병을 고쳐드리겠습니다.
[방창과 함께 무용이 시작된다.
노래: 

             사나이도 주저하는 뱀산을 찾아
             나어린 소녀애가 담차게 간다.
             은인을 위한 길에 두려움이 있으랴
             이 목숨 바친대도 은헤를 갚으리라

[계속되는 무용속에 성애 뱀한테 장단지를 물린다. 성애 아픈 다리를 절면서 달려드는 뱀들과 박투한다. 이때 김화와 성남 달려와 성애를 도와서 뱀들을 쫓아내고 성애의 다리를 동여준다. 셋은 다시 일어나 몽둥이를 휘두르며 뱀을 잡는다.
노래:
              아....아...아...
              은인을 위한 길에 두려움이 있으랴
              이 목숨 바친대도 은혜를 갚으리라
[모두들 자루가 불룩하게 뱀을 잡아메고 산을 내린다.

                   제  5  장


[때: 여름
[무대: 한켠은 희철이네 집이고 한켠은 학법이네 집이다.
[먼저 희철이네 집이다.
[막이 열리면 희철 꽃바구니를 들고 본다.
희철: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이 꽃바구니의 꽃들은 시들줄을 모르는구나. 아무렴, 이게 어떤 꽃바구니라고? 희망의 꽃바구니! 사랑의 꽃바구니임에랴? 그러니 어떻게 시들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 성애도 이 꽃처럼 시들줄 모르는 생화로 활짝 피여나야겠는데...성애는 지금 공부를 잘 하고 있을가? 아무렴 꼭 잘 하고 있을거야! 얼마나 총명한 애라구...
[이때 최란 소포함을 들고 들어온다.
최란: 또 그 꽃바구니만 보고 있습니까? 이 소포함이나 뜯어보시오.
희철: 소포? 무슨 소포요?
최란: 나도 모릅니다. 성애한테서 온건데 아마 고추장같습니다. 통좋림통에다 넣은게...
희철: 고추장?
[희철 소포를 뜯어본다. 정말 통조림통이 나온다.
최란: 뭡니까? 정말 고추장이 아닙니까? 내다 버립시다. 그 잘난 고추장!
희철: 망탕소리! 당신 그 입이 왜 그 모양이요?
[희철 편지를 꺼내 읽는다.
[성애에게 집중광이 켜진다.
성애: 희망아저씨. 오늘 내가 직접 채집한 뱀열 백개를 보냅니다.
최란: 뭐랍니까? 뱀열? 으-윽!
희철: 가만 좀...
[최란 입을 싸쥔다.
성애: 희망아저씨, 전번에 아저씨네 집에 갔을 때 아저씨가 허리 때문에 고생하시는 걸 보고 집에 와서 남모르게 얼마나 왕왕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그처럼 믿고 존경하는 아저씨가 지나가는 감기에 걸렸대도 가슴이 쓰려나겠는데 그처럼 허리를 못쓰는 몹쓸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니 마구 샘처럼 솟아나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말씀이 뱀열로 그런 허리병을 근치할 수가 있다는게 아니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도 너무나 기뻐서 온 밤을 뜬 눈으로 새웠습니다. 돈 팔아 사는 약이면 몰라도 힘으로 얻는 약이야 왜 못 얻겠습니까? 기골엔 뱀산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튿날 날이 밝자 자루 차고 몽둥이 들고 뱀사냥을 갔습니다. 희망아저씨, 이 뱀열을 자시고 효과가 보이면 인차 편지해 주십시오. 제가 뱀열 천개 만개라도 얻어드리겠습니다. 치료 꼭 잘 하시오. 이제 허리 펴고 저를 보러 오셔야 합니다. 희망아저씨 안녕!
[어느덧 희철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희철: 성애야, 고맙다. 내 꼭 이 뱀약을 다 먹을게! 먹고 나아야 너를 보러 가지! 여보...이 성애가 어린애요? 내 허리를 치료해 주겠다고 애어린 소녀 몸에 뱀들이 욱실거리는 뱀산을 헤매치며 이 뱀열 백개를 마련해 나한테 보냈소. 이 애가 이게 어린애요? 이 애가 이게 어린앤가?
[희철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흐느낀다. 
최란: 여보시오...미안합니다. 내 잘못 했습니다. 우리 이제부터 성애 뒤를 더 잘 받쳐줘서 공부를 잘 하게 합시다. 성애 꼭 됩니다. 성애 꼭 됩니다. 성애 이미 다 된 앱니다. 성애야...  
희철: 성애야...   
[ 성애네 집이다.
[ 온집식구 소포함을 둘러싸고 앉아있다.
[성애 소포함을 뜯고 편지를 꺼내 읽는다.
[집중광이 희철이를 비춘다.
희철: 성애야, 고맙다. 너 그 뱀을 잡느라고 다리를 뱀한테 물려서 숱한 고생을 했다더구나. 지금 어떻니?
성애: 아무 일도 없습니다. 희망아저씨, 정말입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절대로 근심하지 마십시오.
희철: 성애야, 나는 네가 보내준 뱀열을 오늘까지 딱 오십개 먹었는데 이미 거의 다 나아졌다. 아마 너의 정성이 약으로 피여 내 허리병이 쫓겨간 모양이다.
성애: 아버지, 어머니...우리 희망아저씨 허리병이 많이 나아졌답니다.
영숙: 그래그래...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학범: 마음 착한 사람의 몸에는 원래 병마가 숨을 곳이 없다더라.
성애: 아버지, 잠간만...
희철: 성애야, 너의 어머니 허리병에 특효라는 약을 사서 보내니 잊지말고 어머니께 대접하여라. 너의 어머니가 다시 일어나는 날이면 너의 가정 행복도 다시 일어나는 날이다.
[성애 소포함에서 약을 꺼내 영숙에게 준다.
성애: 어머니, 희망아저씨가 어머니 약을 사보냈습니다.
영숙: 아니...아니...성애야, 이런 법도 있다니? (두손을 합장하고) 은인 어른! 산에서 죽은 몸을 구해주신 그 은혜도 태산 같은데 허리 펴고 일어서라 약까지 보내주시니 이 바다같은 이 은정을 언제 또 다 갚습니까? 은인 어른....은인 어른...        
[희철이네 집
[희철이 허리 운동을 하고 정보로 갓 련습을 하는데 최란이 편지를 들고 들어온다.
최란: 여보시오...여보시오...성애한테서 편지 왔습니다.
희철: 뭐라고 썼소? 빨리 읽소!
최란: 약이 효과를 봤답니다. 성애어머니 인젠 혼자서 일어선답니다.
희철: 뭐라오? 혼자 일어선다오?
[성애네 집
[영숙이 혼자서 천천히 일어선다.
성애: 어머니...어머니 일어섰습니다.
학범: 일어섰다구? 정말이니? 어디 보기요. 당신 좀 걷소. 걸어보오. 걸어보라니깐...자, 어서...나를 붙잡소.
[영숙 안깐힘을 주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걷는다. 끝내 학범의 팔을 붙잡는다.
영숙: 붙잡았스꼬마!
학범: 이게 당신 손이 옳소? 당신 절로 걸어와서 지금 내 팔을 잡았소?
성애: 옳습니다. 어머니 절로 걸어왔습니다.
성남: 옳습니다. 어머니 인제는 걸습니다.
학범: 야, 기벅이다 기적! 이런 기적이 어디 있니? 내 눈도 떠보자! 하나 둘 셋!
일동: 보입니까? 보입니까?
학범: 안 보이오.
[이때 김화 통지서를 들고 들어온다.
김화: 성애아버지, 성애어머니...성애 현중학교에 붙었습니다.
학범: 뭐라오? 우리 성애 현중에 붙었다구? 성애야...성애야...이게 다 희망아저씨 덕분인줄 알아야 한다.
성애; 아버지, 저기 희망아저씨 옵니다.
[희철이와 최란 들어온다.
학범: 뭐라구? 내 이번에는 기어코 내 눈으로 희망아우를 봐야겠다. 보자, 하나 둘 셋!
일동: 보입니까?
학범: 보입니다. 보이오...아무리 소경이면 은인이야 안 보이겠소? 보이오. 희망아우!
[학범 희철이를 끌어안는다.
일동: 희망아저씨!
노래:
        아... 아... 아... 아...
        쓰러지던 꽃가지에 열매 맺혔다
        숨 막히던 고생끝에 락이 열렸다
        아름다운 사랑에 높이 받들려
        희망의 앞날이 활짝 열렸다
        별이 뜬다 별이 뜬다
        희망의 별이 뜬다